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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끝나고,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반쯤 죽어있었다.
시나리오도, 보고서도 써야 하는데
진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누워서 영화나 몇 편 볼까 하다가
갑자기 만화가 보고 싶었다.
뭘 볼까 하다가 한 12년 전에,
투니버스에서 열심히 봤던 '학원 앨리스'가 생각났다.
교복 입는 학교라는 컨셉이 어린 나이에 좋았었는지
굉장히 좋아했던 만화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으로는 26화까지가 끝이었다.
찾아보니까 2013년에 만화책이 완결 났다고 하길래,
찾아서 봤는데... 진짜 끝이 없어서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그대로 반납했다.(내과제 ㅠㅠ)
원래 드라마든 웹툰이든 뭐든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그래도 시험 하루 전날에 안본 것을 다행으로 여기자 ㅠㅠ
애니메이션 제목은 "학원 앨리스"
만화 제목은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둘의 차이점이라면, 일단 내용이 조금 다르고
애니메이션은 만화 내용의 5프로 정도 밖에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이해하기도 쉽고, 단순한 내용인데
만화책은 조금 복잡하다. 어렸을 때 봤으면 절대 이해 못 했을 내용...
애니메이션에서는 떡밥을 한 100개는 던져주고 흐지부지 끝냈지만,
만화책은 정말 자세하게 다 나와서
오히려 뭐랄까... 어렸을 적 동심이 깨졌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너무 어두운 내용의 만화라서 조금 슬펐다.
간단한 내용은,
10살 여자아이 미캉은 둘도 없는 절친인 호타루가
천재 엘리트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앨리스 학원'으로 전학 가 버리자
보고 싶은 마음에 무턱대고 가출해서 학원으로 간다.
(여기서 앨리스는 초능력, 앨리스 학원은 앨리스가 있어야만 입학 가능하며
입학과 동시에 어른이 되어 졸업할 때까지 바깥세상, 가족과 일절 소통 불가)
학교 앞에서 우연히 교사를 만나 자신이 앨리스를 없애버리는
'무효화 앨리스'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어 입학을 하고,
'불 앨리스'를 가진 위험한 남자아이 나츠메와
동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동물 페로몬 앨리스'를 가진 미소년 루카를 만난다.
행복한 학원생활이지만, 어쩐지 자꾸만 아이들에게 위험한 일(청부 살인 같은)을 시키는 학원.
아이들과 교사들은 학생들과 학원을 지키기 위해 어둠의 세력과 맞선다.
음 일단... 감상을 말하자면
조금 복잡하고 많이 어두운 내용이어서
과거 애니메이션의 기억으로 만화책을 본 나로서는 너무 우울해지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작품의 내용적 주제가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작가가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 정말 잘 묘사한 것 같다.
내용이 진짜 너무너무 슬프다ㅠㅠ 보면서 애틋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로그라인을 말하자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재미를 목적으로 펼친 만화지만, 교훈을 많이 얻은 것 같다.
보면서 많이 아쉬웠던 점은,
바로 작화 붕괴...
남자 주인공인 나츠메. 진짜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너무너무 잘 생겨서 좋아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정확히 몇 권에서부터 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다른 캐릭터들도 조금씩 못생겨졌지만
나츠메는 진짜 너무... 집중이 안 될 정도로 얼굴이 변해서 보는데 힘들었다.
심각하게도 이건 고등학생이 된 나츠메...
턱으로 마늘 찧어도 될 것 같다.
그냥 답이 없다.
뒤로 갈수록 작가가 그리기 귀찮아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초반에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진짜 열심히 그렸구나 싶고, 읽을게 너무 많아서 읽는데 오래 걸렸는데
후반은 다 이런 식...
대사나 배경이나 인물이나 진짜 대강대강
마감이 급했나, 싶고
대충 그려도 되니까 인물들 얼굴이라도 돌려놓지... 싶은 마음이었다 정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 아쉬운 점.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작가인 '히구치 타치바나'가 혐한 작가라는 것.
만화에는 우익적 요소나 혐한 발언이 전혀 없지만
평소 개인 SNS 같은 곳에 한국 혐오 발언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전에는 혐한에 대해서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는데
이번 학기 듣는 '세계시민의식'강의에서 일본의 혐한 문화와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진짜 심각한 문제라는 걸 느꼈다.
내가 한때 좋아했던 만화 작가가 혐한이라니...ㅠㅠ
진짜 한없이 우울해진다.
그것뿐만 아니라 결말도...
시공간에 갇혀버린 호타루를 찾아 떠나자! 하고 모두 함께 바닷가로 뛰어가 버린다.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하던 등장인물 호타루가 없는 결말이 참 아쉽고,
무엇보다 결말 이후에 번외로 나온 책에서,(지금은 못 구하는)
호타루가 사실은 친오빠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납득이 안 가는 말을 써놓아서
진짜 작가에게 많이 실망한 작품이다.
초반의 배경 구성, 갈등 설정
모두 흥미롭고 정말 잘 구성한 작품이지만
뒤로 갈수록 너무 심한 작붕+작가의 이상한 가치관
덕분에... 내 이틀을 날려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만화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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